미운 오리 새끼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사랑하는 아이에게 ✿

시골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한여름이었죠.
밀밭은 황금빛으로 반짝였고, 귀리는 푸르렀어요.
풀밭에는 건초가 쌓여 있었고,
황새가 긴 다리로 걸으며 무어라 재잘거렸어요.
멀리 이집트라는 나라에서 배워 온 말이래요.

1

농가 옆 깊은 도랑가에 커다란 우엉잎이 자라고 있었어요.
그 잎이 어찌나 큰지, 작은 아이가 그 아래에 똑바로 설 수 있을 정도였답니다.
그 잎 그늘 아래, 어미 오리 한 마리가 둥지에 앉아 알을 품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미는 너무 지쳐 있었어요.
알을 품는 일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거든요.

2
삐악! 삐악!

마침내, 한 알 한 알 알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톡! 톡! 작은 노란 머리들이 알껍데기 사이로 쏙 나왔어요.
"삐악! 삐악!" 새끼 오리들이 인사를 했지요.
어미 오리가 기뻐하며 말했어요. "세상이 참 넓구나!"
그런데 둥지 한가운데에는, 아직 깨지지 않은 가장 큰 알 하나가 그대로 놓여 있었답니다.

3
?

며칠이 더 흘러서야, 마침내 그 큰 알도 깨졌어요.
"삐악! 삐악!" 새끼가 둥지에서 굴러 나왔어요.
어머나! 정말 크고, 회색이고, 못생긴 새끼였어요.
옆에 있던 늙은 오리가 끼어들었어요.
"저런! 이 알은 뿔닭의 알이란다.
나도 옛날에 속은 적이 있어. 얼른 갖다 버려라."

어미 오리는 가만히 쳐다보다 말했어요.
"그래도… 내 새끼이긴 한가 봐."

4
쉭!

다음 날,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갔어요.
그런데 그 큰 회색 새끼를 보자, 다른 오리들이 일제히 외쳤어요.
"못생긴 오리 새끼잖아! 꽥꽥!"
한 늙은 오리가 휙 날아와서,
회색 새끼의 목을 부리로 콱 물었답니다.

5
못생겼어! 저리 가!

가엾은 새끼는 어디로 가도 괴롭힘을 당했어요.
형제들조차 부리로 쪼고, 발로 차고, 비웃었지요.
어떤 오리는 그래도 가엾어하며 말했어요.
"그 애를 내버려 둬. 아무 짓도 안 할 거라고.
애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하지만 다른 오리가 대답했어요.
"안 하겠지. 근데 너무 크고 이상하잖아!
한번 혼 좀 나야 한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쳤지요. "쟨 너무 커!"
모이를 주던 아주머니까지 발로 새끼를 밀어내며 말했어요.
"이 못생긴 놈아!
고양이나 개가 너를 잡아먹으면 소원이 없겠다."

결국 새끼는 농가에서 도망쳐, 들판을 가로질러 달렸어요.

6

새끼는 큰 늪지대에 도착했어요. 그곳에는 야생 오리들이 살고 있었지요.
너무 지치고 슬퍼서, 갈대 사이에 그대로 누워 버렸어요.
야생 오리들이 그를 둘러싸고 말했어요.
"넌 정말 끔찍하게 못생겼구나.
하지만 우리 가족하고 결혼만 안 한다면 신경 쓰지 않을게."

7
탕! 탕!

그때 큰 소리가 났어요. 탕! 탕! 사냥꾼들이 늪에 온 거예요.
커다란 사냥개 한 마리가 첨벙첨벙 새끼 앞에 멈춰 섰어요.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빨간 혀를 내밀었지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개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그냥 가버렸어요.
"나는 너무 못생겨서 개도 물지 않으려나 봐." 새끼는 한숨을 쉬었어요.

8

저녁이 되자 폭풍이 몰아쳤어요.
새끼는 비바람 속을 헤매다가, 작고 낡은 오두막을 발견했어요.
문이 한쪽 경첩이 떨어져 비뚤어진 채로 매달려 있었지요.
새끼는 그 틈으로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갔어요.

9

오두막에는 늙은 노파와 고양이, 암탉이 함께 살고 있었어요.
고양이가 물었어요. "너는 그르렁거릴 줄 아니? 등에서 불꽃을 낼 줄은?"
암탉도 물었어요. "그럼 알은 낳을 줄 알아?"
"몰라요…" 새끼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어요.
"그럼 너는 아무 쓸모도 없구나!"
견디지 못한 새끼는 다시 길을 떠났어요. 물 위를 헤엄치고 싶었거든요.

10

가을이 왔어요. 어느 저녁, 해가 막 지려 할 때,
한 무리의 커다란 새들이 갈대밭에서 나타났어요.
깃털은 눈처럼 새하얗고, 목은 길고 우아하게 휘어져 있었지요.
새끼는 그렇게 아름다운 새는 처음 보았어요.
백조들은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큰 날개를 펼쳐 따뜻한 나라로 날아올랐어요.

11

미운 오리 새끼는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렸어요.
백조들이 사라진 하늘을 향해 목을 길게 빼고,
한 번도 내 본 적 없는 소리를 냈답니다.
그러고는 물 위에 비친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며 작게 말했어요.
"난 태어날 때부터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못생긴 걸까?
이런 나라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기는 할까?"

12

겨울이 왔어요. 너무, 너무 추운 겨울이었지요.
새끼는 얼지 않으려고 물 위에서 계속 헤엄을 쳤어요.
하지만 매일 밤마다 헤엄칠 자리가 점점 좁아졌어요.
어느 날 밤, 너무 지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요.
아침에 깨어 보니, 그의 몸은 얼음에 단단히 갇혀 있었답니다.

13
엄마야! 꽥!

아침에 한 농부가 지나가다 새끼를 발견했어요.
농부는 얼음을 깨고, 새끼를 안아 집으로 데려갔지요.
그런데 농부의 아이들이 다가오자, 너무 무서운 새끼는
그만 우유통 속으로 푸드덕 날아들었어요!
우유가 사방으로 튀고, 농부의 아내가 손뼉을 치며 비명을 질렀어요.
새끼는 이리저리 부딪치다가, 마침내 열린 문 사이로 날아 도망쳤답니다.

14

그 길고, 길고, 추운 겨울 동안
미운 오리 새끼가 견뎌 낸 슬픔과 외로움은
모두 이야기하기 너무 슬픈 일이에요.
새끼는 마른 갈대 밭 사이에서 바람을 피하며 가만히 누워 있었어요.
그저,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요.

15

마침내 봄이 왔어요!
따뜻한 햇살이 새끼의 깃털을 어루만졌어요.
종달새가 노래를 부르고, 사과나무에는 분홍 꽃이 활짝 피었지요.
새끼는 천천히 날개를 펼쳐 보았어요.
어머! 날개가 전보다 훨씬, 훨씬 강해진 거예요.
펄럭, 펄럭 — 새끼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답니다.

16

아름다운 정원의 호수에 세 마리 백조가 헤엄치고 있었어요.
그 아름다움을 보자, 가엾은 새끼는 이상하게 슬퍼졌지요.
마음 속으로 결심하며 작게 말했어요.
"저들 가까이 가보자.
분명히 못생긴 주제에 어딜 감히 다가오냐며 나를 쪼아댈 거야.
하지만 상관없어!
저 백조들한테 죽는 게 나아.
오리들한테 물리고, 장닭한테 쪼이고,
사람들한테 걷어차이며 괴롭힘 당할 바에는
차라리 이게 더 나아!"

그렇게 결심하고, 새끼는 백조들을 향해 헤엄쳐 갔어요.

17

새끼는 머리를 숙이고 죽을 각오를 했어요.
그런데 맑은 물에 무엇이 비쳤는지 아세요?
회색의 못생긴 새가 아니었어요.
우아한 백조의 모습이 거기 있었답니다!
백조의 알에서 태어났다면, 오리 농장에서 태어났든 상관없는 거예요.

18
가장 아름다워!

다른 백조들이 헤엄쳐 와서 그를 부리로 부드럽게 쓰다듬었어요.
그때 정원에 아이들이 빵 조각을 가지고 왔지요.
가장 어린 아이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어요.
"여기 백조 한 마리가 새로 왔어!"
다른 아이들도 손뼉을 치며 좋아했답니다.
"그래, 새로 온 백조인가 봐!
그리고 저 새 백조가 가장 아름다워!"

다른 늙은 백조들도 그 앞에 머리를 숙여 인사했답니다.

19

새 백조는 너무 부끄러워 머리를 날개에 묻었어요.
그토록 미움받고 비웃음 당했던 자기에게,
이제 모두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다니!
라일락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고, 햇살은 눈부시게 따뜻했지요.
백조는 우아한 목을 들어 올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외쳤어요.
"내가 미운 오리 새끼였을 때는,
이런 큰 행복은 꿈도 꾸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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