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my dearest 이서
이서가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봄날,
세상에서 가장 보드랍고 하얀 친구가
이서의 손을 살며시 잡았어요.
— 그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For my dearest 이서
이서가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봄날,
세상에서 가장 보드랍고 하얀 친구가
이서의 손을 살며시 잡았어요.
— 그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어요.
이서는 창가에 앉아서 가만히 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빗방울이 또르르, 또르르 창문을 따라 흘러내렸죠.
"오늘은 밖에 나갈 수가 없네…"
이서가 작은 한숨을 푹 쉬었어요. 무릎 위에는 곰돌이 인형이 있었지만, 왠지 오늘은 마음이 조금 쓸쓸했답니다.
그런데 그때!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어요.
하늘에는 일곱 빛깔 무지개가 활짝 펼쳐졌답니다.
"우와…!" 이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그런데 무지개 끝에서, 무언가 작고 하얀 것이 폴짝, 폴짝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서는 살그머니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풀잎에 맺힌 빗방울이 햇빛에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죠.
그리고 거기에…
세상에서 가장 작고, 세상에서 가장 하얀, 복실복실한 토끼 한 마리가 가만히 앉아 있는 거예요.
토끼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서를 바라보았어요. 콧잔등이 살짝 분홍색이었답니다.
이서는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갔어요. 토끼가 놀라지 않게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토끼의 까만 눈에 작은 눈물 한 방울이 맺혀 있는 거예요.
"너… 혼자야?"
이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토끼는 대답 대신, 귀를 살며시 늘어뜨렸답니다.
— 토끼는 길을 잃었던 거예요.
이서의 마음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무서워하지 마. 내가 친구가 되어줄게."
이서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토끼에게 내밀었어요.
엄마가 말씀하셨거든요. 작은 동물들에겐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가야 한다고요.
토끼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살며시, 살며시 이서의 손에 코를 댔어요.
"♡ 보드라워!"
이서는 토끼를 살며시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엄마, 아빠… 이 친구가 길을 잃었대요.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요?"
엄마는 따뜻하게 웃으며 무릎을 굽혔어요.
아빠도 부드러운 눈으로 토끼를 바라보았답니다.
"물론이지, 이서야. 길 잃은 친구를 도와주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이서는 마음 한가운데가 따뜻하게, 뽀송하게 차오르는 걸 느꼈어요.
아빠는 보들보들한 담요를 깔아주셨어요.
엄마는 작은 그릇에 물을 따라 주셨고요.
이서는 작은 당근 한 조각을 내밀었어요.
처음엔 토끼가 조금 무서워했어요. 귀를 쫑긋 세우고, 작은 몸을 동그랗게 말았답니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우리가 여기 있을게."
이서가 속삭였어요. 토끼는 가만히, 가만히, 이서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었어요.
"엄마, 이 친구한테 이름을 지어줘도 돼요?"
이서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요.
"물론이지! 어떤 이름이 좋을까?"
이서는 토끼를 가만히 안고 생각했어요. 토끼의 털은 하얀 구름처럼 보들보들했지요.
"♡ 구름이! 너는 이제 구름이야 ♡"
구름이는 폴짝, 작게 뛰어올랐어요. 마치 "고마워!" 하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날 밤, 별빛이 창문 너머로 살며시 들어왔어요.
이서는 침대에서 구름이를 꼭 안고 누웠어요.
구름이는 보드라운 가슴을 살랑살랑, 작게 콩닥거렸답니다.
엄마는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고,
아빠는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 주셨어요.
"♡ 우리 이서가 오늘 정말 멋졌어 ♡
용기 있게 친구를 도와주었구나."
이서는 행복하게 눈을 감았어요.
구름이도 작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지요.
— 그렇게 네 식구의 첫 밤이 별빛 아래 흘러갔답니다. —